정부역할과 실패의 원인
정부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하여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항상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개입 이전보다 자원이 더욱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개입 그 자체가 비효율성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개입의 효과가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정부실패라고 한다.
정부실패의 원인
첫째, 이익집단의 개입에 의해 정부개입이 오히려 자원배분을 더울 왜곡시킬 수 있다. 자원배분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는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다. 이들 집단에는 여론이라는 힘을 동원할 수 있는 주민들이 있고, 입법활동을 하는 정치가들이 있으며, 행정을 집행하는 관료집단이 있다. 또한 로비를 통하며 소속집단의 이득을 추구하는 협회들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집단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우에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정치가나 관료들이 정책결정과정에 그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정부의 정책에 의한 자원배분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정보의 제약 때문에 어떤 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실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제약으로 인하여 현재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과 경제정책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확정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정보의 제약으로 인하여 재정정책을 입안하는 시점에서 당시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재정지출 규모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설령 재정지출규모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각 부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통하여 정부가 원래 의도했던 경제정책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셋째, 시차 문제도 정부개입이 자원배분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 경제문제가 나타나는 시점과 이것을 치유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실시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경기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시점과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기까지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시차를 인식시차라고 한다. 또한 정책당국이 정책수단을 입안하여 실시하는 과정까지의 실행시차도 존재한다. 인식시차와 실행시가를 합한 내부시기와 더불어 시행된 경제정책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외부시가초 존재한다. 이와 같은 시차 문제가 존재한다면 정부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내부시차와 외부시차로 인하여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시점에 경기는 이미 하강국면을 벗어나 상승국면에 진입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시차문제로 인하여 정부개입에 의해 시장실패를 치유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민간 부분의 통제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정부가 의도했던 방향과 다르게 민간 경제주체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주택공급을 증가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하는 정부의 의도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여 주택가격이 상승한 경우를 우리는 이미 몇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민간 부분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